30년 넘는 세월 동안 끝까지 읽은 책이라고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일을 쉬고 있는 적적한 지금, 책 읽기에 취미 붙여보라는 남편의 권유에 코웃음 크게 쳐주고는
다음날 바로 집 근처 도서관으로 갔다.
어떤 장르, 어떤 작가의 책을 골라야 하는지 조차 감이 안 오는 찰나에 생각난
'정유정 작가'
정유정 작가의 유명한 '종의 기원'은 읽다가 중간에 하차했다.
책 속에는 피 바람이 불어댔고 또 내 인내심의 한계가 독서를 이겨내지 못했던 탓이었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만큼 인기 있는 '28'을 집어 들고 바로 빌려왔다.
피 바람 때문에 하차했던 종의 기원....
28 역시 피 바람이 불더라
....:)
원인불명, 치료약도 없는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병이 한 마을에 퍼지며 시작된다.
급한 대로 정부는 마을을 봉쇄하고 전염병은 삽시간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 속에 일어나는 피바람과 슬픔, 분노, 사랑, 죽음
벼랑 끝에 선 사람이 품게 되는 희망이나 그 어떤 것들을 보게 된다.
이야기는 5명의 주인공이 각각 1인의 입장으로 풀어진다.
그중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5명의 주인공 중 하나는 '개(dog)' 였다는 것...!
개라고 하기엔 아주 커다란, 그 지능 높은 녀석이
사랑도 하고 슬퍼도 하고 복수도 하고 또 희망도 품고 절제할 줄도 안다는 설정이 매력적이었다.
덕분에 책을 읽고 난 후부터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반려견들과 눈이 마주치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각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들은 어디선가 만나게 된다.
이들이 만나게 된다는 포인트도 가슴 설레는 부분이었다.
주인공 자신들이 처해있는 상황, 특히나 그 감정들이 아주 상세하게 표현된다.
그리하여 단숨에 책 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만든다.
다음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책 속에 나오는 전염병 즉, '빨간 눈'은 전염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인데
책을 보다 보면 왠지 나도 눈이 빨개질 것만 같았다 😭
마지막으로, 정말 재밌는 책이었다.
일과를 보내다가도 한 번씩 책 내용이 생각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책 한 권도 제대로 못 읽는 내가 단숨에 그 두꺼운 책을 읽어내니,
남편이 정말 많이 신기해했다...ㅎㅎ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19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생사를 관여했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전염병.
또 앞으로도 발생할 전염병 속에 우리는 각자 어떠한 모습일까 궁금했다.
총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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